[의약뉴스] 의학적 근거와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판결에 의료계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감정의의 논리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나 나와 이목이 쏠린다.
판결을 내리는 판사는 감정의가 제시하는 '의사논리'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법무법인 우성 이인재 변호사는 최근 ‘대한의학회 뉴스레터’에 ‘의사논리와 판사논리’라는 기고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 변호사는 “의사논리는 튼튼하고 힘이 있다"면서 "근거중심의학(EBM)에 기초하기 때문”이라고 운을 뗐다.
그러나 그는 “판사논리는 의사논리보다 더 힘이 있다"면서 "의사의 주장에 대한 정당성을 판단하는 힘이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논리칙과 경험칙을 위반하거나 법리를 오해하거나, 중대한 사실을 오인하는 등 사실인정에서 자유심증의 한계를 벗어나는 경우 상급심에서 파기된다”며 “의사의 오진만큼 판사의 오판은 재판을 받는 당사자에게는 치명적이기 때문에 심급제도를 통해 오판을 바로 잡을 수 있도록 제도화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이 변호사는 ‘의사 논리’와 ‘판사 논리’ 사이에 큰 괴리가 발생한 사건으로 ‘맥페란 사건’을 꼽았다.
이는 파킨슨병 환자인지 모르고 80대 환자에게 항구토제 맥페란 주사제를 1회 투여한 의사에게 1, 2심에서 모두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사건이다.
검찰은 의사가 업무상 주의의무를 소홀히 해 환자에게 상해를 입혔다면서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기소했으며, 1심 재판부 역시 A씨가 파킨슨병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환자가 피해를 봤다며 유죄를 인정했다.
특히 법원은 “맥페란은 중추신경계 도파민 수용체 차단 효과가 있으므로 도파민 결핍인 파킨슨병 환자는 투약 시 운동이상이 더 악화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밝힌 감정의의 의견을 인용, 투약에 앞서 환자에게 파킨슨병 등 맥페란을 투약해선 안 되는 기왕력이 있는지 명확히 확인했어야 한다고 판결했다.
1심 판결에 불복한 A씨는 항소를 재기했지만 2심 재판부의 판단 역시 1심과 같았다.
2심 재판부는 환자가 맥페란 사용을 반드시 고려해야 할 상황이 아니었고 의사 역시 1심에서 파킨슨병 환자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처방하지 않았을 것이라 진술했다면서 업무상 주의의무를 충분히 이행하지 않았다고 판결했다.
이와 관련, 이 변호사는 “판사 논리는 피고인의 자백이 있고 의약품설명서와 의료감정 결과 등 증거가 비교적 명확하다”면서 "반면 의사 논리는 ‘파킨슨병 환자에게 맥페란은 절대 금기약물이 아니며, 일회성 10mg 주사액 투약만으로 비가역적 부작용을 발생시킬 가능성은 거의 없고, 구토 증상이 심한 환자에게 1회 사용은 의사의 전문적 판단에 따라 이득과 손실을 고려해 결정할 수 있다’는 것으로, .의학적으로 의사 논리가 더 타당한 부분이 많다고 하더라도 판단 권한은 판사에게 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판사는 피고인의 주장과 증거, 검찰 측의 주장과 증거를 잘 분별해서 판사 논리에 합당한 증거를 채택하면 된다"면서 "이러한 증거에 대한 결정이 증거재판주의와 자유심증주의를 위반한 것이 아니라면 위법한 판단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다만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떠나 형사 기소까지 된 이유는 무엇인지, 피고인이 법정 진술로 문진을 통해 파킨슨병을 알았다고 하더라도 당시 상황에서 환자 증상에 비춰 맥페란을 소량 투약할 수밖에 없었다고 진술을 할 수는 없었는지에 대해선 아쉬움이 남는다”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감정 결과가 서로 상이하고 약물 부작용이라는 특수성이 있어서 인과관계를 명확하게 하기 어렵다”면서 “환자의 연령이나 기저질환 등의 요인이 파킨슨 증상 악화에 기여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사건인데도 금고형과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에 대해서도 아쉽다”고 피력했다.
이어 “이 사건은 의사 논리와 판사 논리에 큰 괴리가 발생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 사건”이라며 “의사는 근거가 있기에 괴롭다고 하고, 판사도 유죄를 선고하면서 이러한 사안까지 유죄를 선고할 수밖에는 없는 형사재판제도와 양형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판사는 법정에 제출되는 진료기록 감정결과에 따라 의사의 과실 유무를 판단한다”며 “판사 논리는 의사 논리보다 더 힘이 있지만 그러한 판사 논리는 감정서를 작성하는 감정의의 의사 논리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